본문 바로가기

하루의 생각. 느낌. 분위기. 성장.

19.05.02. 업에 대하여. 분위기에 대하여.

매년 나를 괴롭힌 생각이 있다. "나는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"

남들만큼 고민하고, 남들보다 더 시간을 써서 골똘히 생각했다. 도대체 무얼 해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.

 

 

그렇게 묻고 또 묻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. 무얼 좋아하는 지는 알 수 없었다. (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)

나는 무엇을 좋아할까.  그때 그때 달랐다.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보고 동아리도 해보고 그러다 옷을 만드는 곳 까지 와버렸다. 그냥 평범하게 꾸미는 정도였지만, 어쩌다보니 봉제까지 했다. 나는 이걸 좋아해! 라는 믿음을 심어놓고 시작한 일이다보니 왠만큼 봉제도 하고 손바느질도 한다.

거기서 더 나아가려 보니, 현실이랑 좀 안맞는 느낌이 들었다. 진짜 시다를 할 수 있는 것일까. 배우는 곳도 많지 않고, 내가 무얼 배워야 하는지도 헷갈렸다. 비스포크 테일러링은 재단과 봉제를 같이 해야 하는 것인지, 따로 해야 하는것인지도 잘 모르겠다. 이건 지금도 모르겠다. 

 

답도 없는 고민을 계속 한다는 건, 그건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걷고있지 않다는 뜻이었다. 시중에 나와있는 책 조차도 완벽히 이해하려 하지 않으면서, 그곳에 가면 양복을 배울 수 있다는,  그곳에 가면 행복이 있을거란 헛된 믿음과도 같은.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.  

 

답이 없는 생각을 하니, 결론 역시 답도 없는거지.

 

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했다. 메타인지. 나는 무엇을 어느정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.

 

정교하게 수트만 지을 것이 아니라, 나는 어떤 분위기의 옷을, 그것도 나만이 가진 분위기를 어떻게 유럽놈들 옷에다가 녹여낼 수 있을 지 공부해야한다. 그 분위기는 교양을 통해, 경험을 통해, 느낌을 통해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다.

 

 그 쌓는 방법 역시 결코 쉽지 않다는 거. 아직 얕은 상태라는 걸  반증한다.

 

더 많이 느끼고 공부하자. 수트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, 이것을 통해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. 

조금씩 쌓는 것이 수트다. 나의 습관, 철학, 자존심, 스스로와의 타협. 그 모든 게 자켓과 바지에 들어간다.

 

클래식이 추앙받는 것은, 만드는 이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겠지.

 

그만큼 깊은 옷을 짓고 싶다.

 

예술인은 아니지만, 이 매개를 통해 예술을 표현하고싶다.